▲이인권 논설위원장/© news@fnnews1.com

[파이낸스뉴스=이인권 논설위원장] 한 시대의 문화는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기록되고 역사가 된다. 그래서 시대가 변하면 문화도 바뀌고 새로운 언어도 생성된다. 말하자면 언어도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사용되던 어휘가 고어체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유행어(buzz word)가 생겨나 일반화 되면 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된다.

올해 들어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CORVID-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글로벌 팬더믹으로 확산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단순한 감염증의 차원을 넘어 지구촌을 옥죄면서 범지구적으로 기존의 사회문화체계에 제동을 걸었다. 그에 따라 사회가 통제되고 일상이 바뀌면서 그 변화된 세태를 상징하는 신조어들이 속속 생겨났다.

한국만 해도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필두로 ‘상상코로나’, ‘금스크’, ‘집콕족’, ‘확찐자’, ‘코로나블루’, ‘이시국여행’, ‘재택경제’, ‘살천지’, ‘언택트’ 등 다양한 신조어가 선보였다.

그렇다면 국제공용어인 영어는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 사태와 관련되어 시대의 현상을 어떻게 담아냈을까? 세계 최대로 60만개 이상의 표제어를 자랑하는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만들어진 어휘 31개를 신조어로 온라인판에 공식 추가했다.

옥스퍼드사전은 새롭게 등장하는 유행어에 대해 대중의 인지도와 사용 빈도를 검증한 후에 정식 신조어로 발표한다. 그 검증 전 단계에서도 대중매체나 특정 단체나 개인에 의해 생성된 많은 단어가 있기도 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이미 유행어로 사용되고 있다 해서 곧바로 사전에 공식 어휘로 수록되는 것은 아니다.

그중의 일부를 소개하면, ‘community spread'(지역전파), ’contact tracing'(접촉자추적), 'covidiot'(코로나바이러스 무시자), deep-clean'(철저한 소독), elbow bump/elbump'(팔꿈치 인사), 'shelter in place'(자택대기), WFH/work from home'(재택근무), 'self-isolation/self-quarantine'(자가격리), 'hot zone'(최초전염지) ‘patient zero'(최초감염자), ’herd immunity'(집단면역),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개인보호장구), ‘social distance'(사회적 거리), ’social distancing'(사회적 거리두기) 등등이 있다.

한편 사전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대중매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되는 신조어도 많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인들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증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 이후 인간의 생활방식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신조어들을 살펴본다.

‘social bubble’(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10명 미만의 인원으로 한 두 가정이 갖는 교류. 물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제외), ‘covexit’(방역으로 발동된 공공생활에 대한 통제조치들을 완화하는 과정), 'coronnial'(전염이 진행되는 시기에 태어난 아이), ‘quaranteen'(봉쇄조치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시하는 10대), ’covidivorce'(장기간 이동제한 및 자가격리에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이혼), ’antisocial nearing'(‘사회적 거리두기’에 반하는 행위), ‘coronic'(감염이 확진된 사람), ’coronaphobia'(감염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coronabrain'(전염 대유행에 따른 집중력 저하 등 정신적 불안정 상태), ’covid-38'(완치 판정 후 다시 감연된 사람), ‘corona corridor'(봉쇄조치의 점진적 완화 시 특정 목적지로 이동을 위해 통과를 허용하는 통제지역) 등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최대 화두는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그런데 이 용어에 대해 시대가 바뀌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적 거리두기’ 또는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가 더 적합하다고 권고했다.

그런데 이 용어는 치료사이며 저술가인 제니퍼 하마디가 지난 3월 싸이콜로지 투데이 기고문에서 제안한 것을 WHO가 수용한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에서의 사람 간 접촉은 자제해야 하지만 그 대신 온라인을 통한 사회적 활동은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신조어가 생겨났다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던져준 전에 없는 도전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인간 사회의 문화체계도 세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의 ‘뉴노멀’의 양상으로 새롭게 정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인권 논설위원장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등 14권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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