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논설위원장/© news@fnnews1.com

[파이낸스뉴스=이인권 논설위원장] 인간은 행복한 일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또 다른 욕망을 갖게 된다고 한다. 특히 인간의 물질적 욕망에는 만족 지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과 도널드 캠벨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이론으로 정립했다. 이는 정신적 충만이 아닌 물질적 갈망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그 만족도나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요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주택 공급 정책에 따른 개발 예정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한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렇잖아도 작년부터 한국사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온통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런 중에 이번에는 그 아파트값 폭등 해결을 위해 신도시 건설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 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주무 공기업 구성원들이 가장 투명하고 청렴해야 할 터이다. 그런데 바로 쾌락의 쳇바퀴가 되어버린 것이다. 땅 투기가 적발되기 전에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지금 한국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보여주는 가운데 물질만능주의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상식을 넘는 단계가 되면서 사회의 안녕 질서를 저해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물질이 삶의 방편이 아닌 목적이 되어 물질 숭배의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바로 사회적 가치관의 전도 현상이다.

정신적 충만감을 얻지 못하는 공허함을 물질적 소유로 채우려는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물질적 욕구는 만족점이 없기에 안분지족(安分知足)을 기대할 수가 없다. 나아가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하지 못하는 한 행복감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이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물질우선주의는 사람을 승자독식을 위한 치열한 경쟁과 끝없는 욕구 충족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무조건 더 크고 더 높고 더 좋은 것만을 추구하는 삶의 틀에 매이게 만들었다. 이제야말로 물질적이 아닌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각성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만 사회가 안정되고 개인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본질은 스스로 정서적·정신적으로 만족하거나 기쁨을 느끼는 충만감이다. 물론 물질적인 충족이 즐거움의 한 요소는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되지 않는다. 인간은 항상 더 높은 물적 욕구를 충족시키려 계속해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참된 행복감이란 불안감이나 초조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안녕감(웰빙)을 느끼며 주어진 현실 자체를 긍정적으로 대하는 심리적 상태다. 한마디로 정신적으로 만끽하는 ‘좋은 감정’을 의미한다. 좋은 감정이란 만족, 기쁨, 즐거움, 신남, 재미, 보람, 가치, 평온, 안정, 의욕, 희망 등이다.

달리 말해 내가 존재함을 즐길 수 있는 마음상태, 그것이 근원적인 행복감이다. 그런데 사람은 흔히 무엇을 가져야 함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즉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는 것에서 체험하는 쾌감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그러나 그보다는 스스로에 대해 ‘의미’를 갖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살아야 할 이유를 물질에 두는 것에서 벗어날 때에야 참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자아존중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서 가치 있는 일을 할 만한 주체로 여기는 정신력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크게 두 단계로 나누고 세부적으로 다섯 가지 요소로 분류 했다. 다섯 가지 요소는 기본욕구로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와 상위욕구로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다.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기본욕구에서 상위욕구 단계로 올라가면서 개인의 정신문화적인 수준도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넓게 보면 사회의 선진화 정도도 상향되어 가게 된다. 개인의 정신문화적 수준과 사회의 선진화 정도는 인간의 행복도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여기에서 기본욕구는 보편적으로 물질적 방향성을 띠지만 상위욕구는 정신적 지향성을 갖는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숭배 풍조는 기본욕구에 대한 집착해서 비롯된다. 반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바로 상위욕구에 대한 가치의식이 결여돼 있어서다.

지금 장안의 화두가 되고 있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건은 물질에 대한 과욕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했던 물질적 욕망이 결국 진정한 행복을 떨쳐버리게 된 것이다.

 

▷이인권 논설위원장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등 14권을 저술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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