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 1인 독주에서 구성원 '성분력(成分力)' 바탕 창조적 시너지 생성시대로 탈바꿈
- '애자일(Agile)' 경영 기반 개인별 잠재역량의 극대화로 신성장 이루는 디지털시대 전략
- 관료제 탈피,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융통적·적응적·혁신적 애드호크라시 조직 트렌드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의 조직경영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하고 있다/©news@fnnews1.com(출처 언스플래시)

[파이낸스뉴스=정대영 기자] 시대 조류가 급물살을 타면서 기업의 조직경영도 민첩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산업의 발전과 함께 시장 환경이 급변하다보니 과거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전에는 효율성이 중시됐지만 지금은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나 한결같이 결과(Output) 중심의 조직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영목표가 주어지면 일사분란하게 지시대로 작동하던 수직적 위계 기업시스템은 낡은 유물이 됐다. 지금은 일선의 네트워크 강한 구성원들이 주축이 돼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성과를 도출하는 수평적 패러다임이 핵심이다.

경영자 1인이 독주하던 세상에서 구성원 개개의 '성분력(成分力)' 을 바탕으로 협업을 통해 창조적 시너지를 생성해내는 시대로 탈바꿈했다. 최근 기업들이 앞장서서 '애자일(Agile)' 경영에 나서는 이유다. 조직 구성원 각각의 잠재된 역량을 최고치로 끌어 올려 기업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애자일 경영은 기존의 기능 중심에서 시장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시장의 가변성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운영방식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현대의 세계적 혁신기업들은 각자 전문분야에 합당한 애자일 조직을 구축해 냈다.

이런 유연하고 결과 중심의 기업조직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 곧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탄생시켰다. 지금까지 전통기업에서는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뽑아 훈련과 교육을 시켜 기능을 숙달시켰다. 그러나 지금 시장과 고객의 요구는 즉시적이며 변화가 심해 시간을 투입해 인력을 양성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첨단 혁신기업에서는 이미 고도로 훈련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외부로부터 투입해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택한다. 이는 정규직 고용의 개념과는 달리 프로젝트별로 '사업팀'을 꾸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기존 기업들이나 신생 첨단기업들은 만고의 보도처럼 여겨지던 정기공채의 관행을 탈피해 상시 또는 수시로 필요인력을 뽑는체계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DT) 시대를 맞아 보수적인 성격의 금융회사들도 공채 중심의 조직제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신입직원을 공채해 일정한 경험을 쌓고 절차를 밟아 상위직급에 오르던 인사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급변하는 빅테크 환경에서 당장의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애드호크라시(adhocracy)' 경영 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애드호크라시는 관료제에서 탈피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융통적, 적응적, 혁신적 조직을 일컫는다.

한 예로, 작년 10월에 출범한 신한금융지주는 새로운 플랫폼 비지니스를 찾기 위해  '미친 아이디어라도 내라'는 구호로 특별사업팀을 꾸렸다. 이런 추세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핵심역량이 되는 시대적 흐름과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애자일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애자일 경영은 기존의 수직적 위계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신속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news@fnnews1.com(출처 언스플래시)

이렇게 중용되는 각 분야 전문인력들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특정 프로젝트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는 것을 선호한다. 조직이라는 틀에 묶여서 활동이 제한 받는 것보다는 탄력근무제나 수평적 소통 등 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을 누릴 수 있는 자율적 분위기에서 주어진 과업에 몰입(flow)하는 것을 즐긴다.

서울 강남의 벤처기업에서 신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김모(42) 팀장은 "서열을 중시하는 대기업에 있다 스타트업으로 영입돼 보니 조직에 매인 느낌보다 자존감을 느껴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또 서울 마포에서 융합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의 박모(52) 대표는 "창의적인 일은 디지털 젊은 세대가 주축이어서 전문성을 갖춘 경력자를 확보하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러다보니 긱 이코노미 기반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나 이런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새시대에 맞게 네트워크가 강해야 한다. 상전벽해 같은 기업 환경은 인풋 과정의 관료적 '둔완' 조직인보다 아웃풋 중심의 자율적 '민완' 전문인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CEO 600여명이 조직을 운영하며 겪는 최대 고민은 최고급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기업에서 프로젝트 단위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는 방식은 2023년쯤에는 시장에서 약 43%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탤런트뱅크는 "지금까지 기업과 전문가를 연결시켜준 게 600여건이 넘으며 경영전략·신사업, 영업·구매·유통, 마케팅, IT, 재무·투자 등 각 분야 매칭 전문가가 2,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회적 자본은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반면에 인적 자본은 개인적인 능력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news@fnnews1.com(출처 언스플래시)

지금은 신 네트워크의 시대다.

초 첨단 현대사회, 특히 애자일 경영환경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을 막론하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분야마다 업무 영역이 세분화·전문화되면서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게 됐다.

긱 이코노미 체계에서 네트워크는 각 분야 활동 전문가들이 자신의 가치를 널리 홍보하는 채널이 된다. 또 유능한 인적 자원을 발굴하거나 알찬 사업 정보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잘 구축된 네트워크는 일반적인 광고보다 무려 12배나 더 큰 광고효과를 낸다. 전문가 네트워크는 "누구를 아느냐"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게 되고, "무엇을 아느냐"로 인간적 자본을 얻게 된다.

즉 사회적 자본은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반면에 인적 자본은 개인적인 능력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자본의 축적과 적절한 활용은 현대 디지털 지식정보사회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조직경영전문가 할 바리안은 "유기적이고 다원적인 전문 네트워크를 사회적 자원으로 잘 관리하면 조직생활을 역동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이런 자원은 결과적으로 조직 생산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영이론가들은 네트워크, 즉 관계유지에 탁월한 경영자가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하바드경영대학원의 존 코터 교수는 '유능한 경영자는 자기 시간의 80% 이상을 네트워크 구축과 관리에 쏟는 것'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경영자는 조직 내 네트워크에도 특출해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조직이 한 개인의 남다른 능력만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자본과 사회적인 자본이 유기적으로 융합될 때 조직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축구경기를 예로 들어 보자. 운동장에서 선수들끼리 서로 호흡을 잘 맞춰 교감을 해가며 세트플레이를 하는 팀이 있다. 그리고 선수 개별적으로는 기량이 뛰어나나 운동장에서 서로 뜻이 맞지 않는 팀이 있다고 치자. 누가 이길 수 있는가는 명확하다. 바로 이것이 큰 틀에서 요즘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애자일 경쟁력이다.

조직경영의 논리도 똑 같다. 어느 한 조직의 역량은 개인적인 전문성과 다양한 네트워크에서 시작된다. 이런 바탕에서 얻어지는 핵심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환류 되는 의견들이 총합돼 조직의 생산적 시너지를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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