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채의 절정기를 이뤘던 11월을 앞둔 시기 북한산의 단풍 색깔이 더없이 곱다. (사진=장삼윤·더프리뷰 대표)/© news@fnnews1.com

가을이 곁에 머물러 있는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의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며칠 전에는 서울 도심에도 올해 처음으로 눈발이 흩날렸다. 최근 며칠 동안은 기온이 겨울을 체감하게 했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억겁을 두고도 변함없이 흘러간다. 그렇지만 감성을 먹고사는 인간에게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다. 하루하루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계절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일년 사계절 중에서 여름과 겨울이 있고 갈수록 봄과 가을은 금세 지나간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끼는 계절의 흐름이다. 올 가을도 코로나 시국 속 자연의 멋을 만끽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11월을 바로 앞둔 시기에 서울 북한산의 단풍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때가 중부지역의 북한산은 단풍의 절정기다.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보름 정도가 되면 잎 속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족히 내뿜어진다. 수없이 가을이 와도 매번 오는 가을은 넉넉하게 오고, 자연의 마술인 단풍은 온 천하에 수북하게 넘실댄다. 한여름 지나 가을이 오는 건 나뭇잎의 색깔에서 느껴진다.

초겨울은 아름답던 단풍의 색이 칙칙해지며 시작을 알린다. 11월을 앞둔 북한산의 단풍은 더없이 선연했다. 그러나 지금 그 곱디곱던 단풍은 산길에 나딩군다. 이제 겨울을 지내고 내년 제철을 기다리며 한해를 보내리라. 문득 김덕성 시인의 '단풍의 닐어'라는 시가 떠오른다.

                                                                                        

▲가을 색채의 절정기를 이뤘던 11월을 앞둔 시기 북한산의 단풍 색깔이 더없이 곱다. (사진=장삼윤·더프리뷰 대표)/© news@fnnews1.com

...신비롭고 경이롭구나/불길이 솟아오르며 붉게 타오르며/멋지게 연출하는 단풍 창작극/웅대한 무대 산야여!

찬란한 빨간 노랑 천연물결/살갑게 스치는 지나가는 갈바람/자연 작품에서 그리는 뛰어난 솜씨/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다.........(생략)

또 김남식 시인은 '가을의 끝자락에서'에서 이렇게 읋었다.  

...단풍을 채 음미하기도 전에
어느새 낙엽은 지고
바람은 창틈을 비집고 들어와
마음이 허해지는 게 가을이
깊었나 보다............(생략)

겨울이 다가올 길목에서 가을의 단풍 이야기가 새삼 정겹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주체할 수 없는 감성이 일렁인다. 봄, 여름, 겨울과 달리 가을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감성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특성이다. 그 감성이 있기에 인간은 정신적인 풍요를 누릴 수 있다. 감성의 소중함에 대해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것들은 볼 수도, 심지어 만질 수도 없다. 그것은 가슴으로 느껴야만 한다"고 했다. 마음 속 '느낌'이나 '정서'를 강조한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감성에 휘둘리지 마라. 감성을 이용하고, 즐기고, 거느려라"고 했다. 감성에 매이지말고 감성을 나의 선한 생각대로 활용하여 삶을 윤택하게 하라는 의미다. 가을을 보내면서 새삼 새겨보며 담아두고 싶은 말이다.   

Copyright © 파이낸스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