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뉴스=이인권 선임기자)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이 외교관들의 영어 능력 부족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래서 외교부는 직원들의 외국어 구사능력 향상을 핵심 외교 역량의 하나로 여겨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었다. 사실 외교관들의 영어 실력에 대한 지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3S 외교관‘이란 비아냥도 있다. 국제회의에서 처음에는 침묵(silent) 하다가 가끔씩 내용을 이해한 것처럼 미소(smile) 짓다가는 졸게 된다(sleep)는 의미다. 그러나 오히려 전 외교부장관은 뛰어난 영어 실력을 지나치게 활용해 언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영어 사용만 고집해서였다.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수장이 공식 통역관을 대동하는 공석에서 개인의 영어 역량을 과도하게 발휘하는 것도 국가의 주체성과 품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였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 사람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필요한 만큼 구사하고 이해하며 그 감각과 언어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이를 바탕으로 영어를 사용해야할 환경과 위치에 따라 분별력을 갖는 것도 역량의 중요한 하나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글로벌 시대를 살아간다.

'글로벌'-'GLOBAL'

우리는 ‘글로벌’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접한다. 그런데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수없이 이 말을 쓰면서도 명쾌한 개념을 내놓지 못한다. 아니 누가 그 용어에 대해 구태여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이라는 말이 현대인의 생활 가운데 일상어처럼 되어있다.

글로벌은 ‘전 세계의’, ‘지구상의’, ‘세계적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글로벌 시대’는 일반적으로 ‘세계적인 시대’, 즉 ‘국제화 시대’를 지칭한다. 이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개방과 경쟁의 두 가지 함축된 의미를 내포하면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정보통신 기술의 진화로 지리적인 경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하나의 공간 개념으로 설정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100년 동안 각 분야별 성장 속도를 비교해 보면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무려 100배 이상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글로벌 이라는 의미는 오히려 쟌 숄트(Jan Aart Scholte) 가 얘기한대로 ‘초지역주의’(supraterritoriality)로 정의하는 것이 정확한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국가 간 경계의 초월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시대’는 ‘국경이 사라진 시대’라는 의미를 갖는다.

엄밀하게 말해 ‘global’(세계화)과 ’international‘(국제화)과의 개념은 다르다. 영어 ‘international'이라는 말은 1780년대에 만들어졌으나 ’global'이라는 용어는 1890년대에 생겼다. 여기에 ‘globalize'와 ’globalism'이라는 단어는 그로부터 50년 후에 신조어로 나타났다.

20세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제관계 업무에서 '글로벌‘이라는 말 대신 ’인터내셔널‘이라는 말이 쓰였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면서 ’글로벌‘이라는 용어가 전면에 나타나게 됐다. 그러면서 미국영어였던 ‘globalization'은 세계 각국이 시대 조류를 따라 자기식의 외래어로 받아들여 지금같이 널리 쓰게 됐다.

그래서 지금 21세기를 국제화 시대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세계화 시대, 즉 글로벌 시대라고 규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렇게 글로벌 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획기적인 발전 때문이다.

이제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우선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한다. 매스 미디어는 세계를 거미줄처럼 엮어 실시간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파한다. 이제는 기업마다 회의도 원격 영상으로 하고 있다.

헬드(David Held)와 맥그류(McGrew)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전세계적인 상호 연결의 폭이 넓어지고, 축이 깊어지고, 속도가 가속화 되는 것을 의미’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글로벌 시대의 영향을 집중해서 받는 분야는 커뮤니케이션, 시장, 생산, 금융, 기구, 문화의식 등이다.

특히 문화나 예술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제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생각의 범위가 지역적이거나 국가적인 경계를 넘어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는 결국 세계를 대상으로 하여 사람이 주체가 되어 경쟁하는 것이다.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세계인들과의 소통이 다름 아닌 ‘글로벌 토크’이자 ’글로벌 스피크‘ 이다. 이 글로벌 토크를 할 때 한국어로 할 것인가, 아니면 영어로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영어를 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단, 먼저 한국인의 문화적 자긍심과 한국어에 대한 주체성을 갖추는 것이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글로벌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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