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혁 시대...행정 등 여전히 아날로그 단계에서 정체돼
후진성 디지털 기반, 국가 정보경쟁력·국민 정보 접근성 한계
저출산·고령화 인구분포 원인...격차 해소 위해 '디지털청' 발족

  

▲ 일본의 디지털 후진성은 국가의 정보경쟁력과 연결돼 국민들이 정보 접근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DB) /© news@fnnews1.com

(파이낸스뉴스=김민주 기자) 일본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스마트폰 앱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앱 운영 첫날부터 많은 오류가 발생하면서 큰 혼란이 일었다. 

일본은 지자체별로 1억명에 이르는 개인 접종기록 입력을 일일히 수작업으로 진행하다보니 이런 착오들이 빈발할 수밖에 없었다.  접종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격의 마이넘버카드 가입률이 40%에 그쳐 지자체에 직접 방문해 카드를 발급하거나 종이 증명서를 신청해야 했다.

일본은 아직도 전래 방식의 행정기록 체계를 유지해 우편이나 팩스가 주로 사용된다.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아날로그 행정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일본이 '디지털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 5G, 반도체 등 첨단 분야 등 핵심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식도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 ‘슈칸(週刊)다이아몬드’는 1월 15일자 최근호에서 코로나19가 일본의 현재 실상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는 "정부 지원금을 둘러싼 혼란, 원격근무를 할 수 없는 직장 환경 등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다이아몬드지는 디지털과 관련해 일본의 교육 후진성도 제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2018)에 따르면 2018년 세계 72개 국가·지역의 15세 학생들을 비교했을 때 일본은 인터넷, 컴퓨터 사용 등을 포함한 대부분 항목에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이 평가에서 ‘학교 밖에서 주 1~2회 이상 컴퓨터를 사용해 숙제를 한다’고 한 응답 비율은 미국, 영국 등 구미는 대체로 67% 이상,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은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겨우 9%에 그쳐 다른 지역과 큰 격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OECD 자료에서도 일본의 중학교에서 학생등에게 정보통신기술(ICT)을 사용하게 하는 비율은 36개국 중 최하위인 20% 이하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기술 향상을 위해 온라인 과정이나 세미나를 활용하는 비율도 약 10%로 40개국 중에 39위였다.

이러한 디지털 후진성은 국가의 정보경쟁력과 연결돼 국민들이 정보 접근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사회의 주류층일수록 정보민감도가 높아 글로벌 환경, 특히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디지털을 통한 정보 습득 욕구가 더 강했다. 

이렇게 취약한 디지털 기반은 경제 성장률, 주가 상승률, 교육환경, 엔화 구매력,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요소들과 맞물려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그러다보니 부유층을 중심으로 재산의 해외 도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이 일본을 버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린데 비해 일본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으로부터 빠져나갔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최근 5년간 3배 정도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닛케이지수는 평균 57%에 머물렀다.

과거 일본은 세계 전자 산업을 주도하는 기술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후진국의 오명을 쓰고 있다. 핀테크 보급에서 일본의 비현금(Cashless) 결재율(2018년 기준)은 18.4%로 한국 89.1%, 중국 60%에 비해 상당히 뒤져있다.

일본이 디지털화 속도가 느린 것은 인구분포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출산에다 고령화로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30%에 가까워 디지털로의 급속한 변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런 환경 속에 일본 정부는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주요 국가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9월 '디지털청'을 발족시키는 등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Copyright © 파이낸스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