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부총리,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반드시 뿌리 뽑겠다”
- 부동산 투기..대증요법식 처방만으로는 정책효과 한계 우려
- 국민 주택의식 및 사회 문화환경에 대한 통합적 혁신 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경/LH제공© news@fnnews1.com

(파이낸스뉴스=정대영 기자)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집값 폭등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 투기 의혹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투기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엄정한 수사를 통한 일벌백계 공언에 각종 대책과 정책을 제시하며 성난 민심을 달려보려 하지만 등을 돌린 국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양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며 코앞에 닥친 4.7 보궐선거의 판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철저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차질 없는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재차 확인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공직자가 되려면 엄격한 기준과 책임, 제재를 감내하겠다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며, 그런 마음이 있어야 공직사회에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 전형적인 불법·편법·불공정 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강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정부가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서울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와 이번만은 역대급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부동산 투기에 관한한 대증요법식 처방으로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1·2기 신도시 개발 때에도 투기가 만연해 대대적인 수사와 처벌에 재발방지책을 세웠다. 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전국 곳곳의 개발예정지를 둘러싼 땅투기는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거주공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그렇지 않고는 깊게 뿌리박힌 부동산 투기는 고질적인 사회병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곧 국민의 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주거개념이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회문화연구전문가는 우리사회의 부동산 관련 투기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투기를 조장하는 근원적인 요인으로는 △정주가능한 국토면적 협소 △수도권 지역 인구분포 과밀화 △물질만능주의의 사회풍조 △공동체의식의 나눔정신 부족 △경쟁식 서열주의의 교육체계 △주거공간의 재산증식 수단화 △국부(유동자금)의 소수 집중화등이다.

이런 다면적이고 총체적인 사회문화적 환경을 개혁하지 않고는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퇴치하려는 어떤 정책도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빨리빨리”가 체질화된 국민의식에다 아파트값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교육환경과 교통 편의성이다. 그러다보니 서울 중심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이 구체화 되는대로 서울과 경기도의 집값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 권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A씨(45)는 “100세를 사는 세상에 굳이 서울 중심까지 20분~30분 내에 꼭 가야할 정도로 급하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전 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선진국처럼 좀 느리게 사는 것이 여유있는 삶이 될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서울 종로에서 만난 직장인 B씨(32)는 작년 말에 마포에 아파트를 장만했다며 “아파트값이 단숨에 4~5억원이 오르는데 정말 ‘영끌’이라도 해야죠”라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 돈을 저축으로 모으려면 40~50년이 걸리는데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하지 않겠냐?" 고 되물었다. 

이제 정부가 내놓는 즉시적 정책의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은 이런 국민 정서와 삶의 현장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대증처치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으로 의식의 전환까지 이어지는 통합적인 요법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부동산 투기가 근절돼 주택의 패러다임을 다시 짜는 길로 접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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