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뉴스=이인권 미디어콘텐터)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제야의 타종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을 구랍 31일 밤 서울 종로 보신각 주변에 일단의 2030세대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모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저질대선 반대한다’ ‘국민은 정치교체를 원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한편에 특정 성향이 깔린 단체의 색깔이 있기는 했다지만, 한 집회 참석자가 전한 이유는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는 “여기는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는 20대·30대와 보수와 진보 성향을 떠나 대한민국 정치 혁명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이 모인 자리”라고 했다. 이 젊은 세대가 한 말에 문득 과거를 돌아봤다. 30~40년 전의 그 또래 세대들은 군사독재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섰었다. 당시 그 세대들이 지금은 50~60대 이상이 돼 어쩌면 이념이 편향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정치를 향해 부르짖는 외침의 결은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격 있게 표현되는 국가운영 방식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이끌어갈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방 정치의 속성이 그렇듯이 이념과 정파에 채색돼 연륜 깊은 표심들은 어떤 여건과 상황에서도 외곬만 향해 나간다. 이런 외통의 성향에서 벗어나 나름 주체성을 보이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사고방식이 트여 있어 정치적 예속을 거부하는 2030세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젊은 계층이 어떤 선거든 당락의 대세를 판가름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정치 후보들에게는 결정적 영향이 있는 그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2030세대의 선거감정은 후보들의 정책이나 발언 등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변동이 매우 심한 경향을 띤다.

그들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작년 9월 청년단체 연합체인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을 결성해 활동에도 나섰다. 이 청년행동은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바뀌기 위해 올 대선의 주인공이 될 것을 자임하며 궐기했다. 그러면서 올해 대선 후보들에게 “청년 팔아 표 사는 행위를 중단하고 청년의 요구에 진정성 있게 답하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새해 들어 대선까지 60여일 앞둔 상황에서 여야 양자 대결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연말 시국에 두 후보 모두 가족 구성원을 둘러싼 논란 해명과 새로운 의혹 돌출, 그리고 당내 분란 등 복합적인 이유가 지지율을 출렁거리게 했다. 이른바 ‘가족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정치판은 원천적으로 중상모략, 아니 ‘진흙탕 싸움’(mudslinging)에 우리식으로 내로남불·아시타비(我是他非)로 물들어 있다. 이를 꼬집듯이 2021년 한해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정리한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가 꼽혔다.

‘고양이와 쥐가 자리를 함께 한다’는 의미로 혼란과 모순,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마치 작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상징하는 것처럼이다.

그런데 이상적인 정치란 인간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통해 정치의 이상향을 부르짖어왔지만 결코 실현될 수는 없는 가치였다. 단 국가의 선진화 수준에 따라 정치의 품격은 다를 수 있어 국민은 진정한 정치의 선진화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수천 년 전의 플라톤을 시작으로 문학적인 작품으로 이상적인 국가상을 내세운 토마스 모어에 이르기까지 ‘유토피아’(Utopia)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말 그대로 유토피아는 상상 속의 환상적인 세계일 따름이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이루는 유토피아보다 현대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그래서 불행한 디스토피아의 현실과 맞닥트리고 있다. 그래서 부유층·빈곤층, 우파·좌파, 노년층·청년층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계층의 행복지수가 하위권에 떨어져 있다. 특히, 한국사회가 외형적으로는 유토피아적으로 발전한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디스토피아적으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실이 상징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는 18세 이상의 국민이 신성한 한 표를 던지게 된다. 젊은 층이 주권을 행사하는, 21세기 들어서도 강산이 두 번 변한 이 시점에 정치문화와 선거풍토는 과연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성찰케 한다.

더욱이 온갖 추문과 비리 의혹이 난무하는 선거 난장을 바라보는 10대~30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의구감이 든다.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구도를 보아 큰 변수가 없는 한 누가 됐든 이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의 선출 가능성은 대략 윤곽이 잡힌다. 

중요한 것은 누구든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그 난맥상이 향후 5년의 집권 기간 중에 그대로 답습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것이다. 지금껏 유종의 미를 거둬 훌륭한 지도자로 기억된 대통령이 국민의 뇌리 속에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번에는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가 아닌 이 나라에서 존경받은 대통령의 표본이 창출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에 앞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어갈 2030 신진세대 앞에서 기성층에 속한 대권 후보들과 외골수 유권자들은 겸허한 자세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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