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직적 계선 중시 사회 → 수평적 소통 중심 사회
산업계, 직급혁파·호칭통합으로 '애자일경영' 체계 도입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을 중시했던 국내 기업들이 직급 서열 혁파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위 사진은 본 내용과 관계가 없음. / ⓒ Unsplash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을 중시했던 국내 기업들이 직급 서열 혁파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위 사진은 본 내용과 관계가 없음. / ⓒ Unsplash

관료주의 조직일수록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이 중시된다. 특히 한국은 수직적인 계선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다보니 기업에서도 직급이 세분화 돼 있었다.

최종 결재를 받아내려면 적어도 5~6개에서 최대 10개 단계의 결제 라인을 거쳐야 한다. 이에 반해 수평적인 소통 구조를 갖고 있는 서양사회에서는 결재과정이 단순하다.

우리 사회 기업의 직급은 전형적으로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구분돼 있었다. 하지만 서양 조직의 결재는 크게 담당자, 관리자(수퍼바이저), 최고경영자의 재가로 마무리되며, 그 전에 예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경유하면 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다 전래적인 한국 조직의 체계로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첨단 산업 시대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각성이 일기 시작했다.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환경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기존 경영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 

특히 기업조직의 근간을 형성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들은 수직적 권위와 위계적 서열에 거부감을 갖는다. 여기에 해외에서 선진교육을 받은 창업주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의사소통과 창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중심'의 뉴 패러다임 애자일 경영을 바탕으로 성장마인드셋을 구현해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우뚝 섰다. / ⓒ MS 웹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중심'의 뉴 패러다임 애자일 경영을 바탕으로 성장마인드셋을 구현해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우뚝 섰다. / ⓒ MS 웹

근래 위기의식에 잡힌 대기업들은 철저한 위계 중심의 조직 풍토를 선진형 수평구도로 변혁시키기 위한 '조직 리툴링'(Retooling)에 나섰다. 오히려 스타트업 조직들은 처음부터 유연한 조직형태를 구축해 생산성을 극대화 시킴으로써 시대에 부합한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해 전통적인 기업들은 최근 '애자일(Agile) 경영'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에 착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성공 바탕에는 이런 애자일 경영 시스템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민첩한', '유연한'이라는 의미의 애자일 경영은 조직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직급 및 직함 체계의 단순화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의사 교환과 자율 권한을 부여한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해 수평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하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려면 신속하고 민첩하게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의 대응역량은 세 가지 핵심요소인  '속도감', '집중력', '유연성'에 달려 있다.

이런 요소들이 조직에서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자와 구성원들의 의식이 전환돼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쇄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들이 직급파괴와 호칭통합을 중시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래지향 인사 제도' 혁신안 을 마련해 직급과 연공서열 중심의 기존 인사 제도를 혁신했다. /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래지향 인사 제도' 혁신안 을 마련해 직급과 연공서열 중심의 기존 인사 제도를 혁신했다. / ⓒ 삼성전자

2007년 SK텔레콤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직급서열을 파괴하고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래지향 인사 제도' 혁신안 을 마련해 직급과 연공서열 중심의 기존 인사 제도를 탈피해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도 배출될 수 있는 체계로 바꿨다.

CJ그룹은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 등 6개로 구분됐던 임원직급을 '경영리더'로 파격적으로 단일화 시켰다. 뿐만 아니라 주요 대기업들도 선도적으로 직급을 단순화 시키고 연공서열제를 폐지했다.

호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포스코ICT는 올해부터 관리자 직급을 '프로'로 통합했으며 삼성전자는 임직원 간에도 상호 높임말을 쓰도록 했다.

현대차는 사원과 대리는 '매니저', 과장~부장은 '책임 매니저'로 이원화했다. SK는 평사원 호칭은 매니저로 통일하고 임원은 본부장·그룹장·실장 등으로 나눠 부른다. LG경영연구원과 LG에너지솔루션은 구성원 간 호칭은 '00님'으로 통일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파트' 직제를 신설하면서 개발조직에는 프로젝트리더(PL)와 테크니컬리더(TL) 직함을 도입했다. 그러면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자신을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인 'KH'로 불러줄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급속하게 변하는 추세에 맞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도 과거로부터 환골탈태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선택이 이닌 필수"라면서 "수평적 의사소통과 조직의 '참여적 공감'을 창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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