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인간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서로 부딪히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누군가 ‘人'자를 인간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형상화 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쨌든 인간은 다니엘 디포의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아니 생명이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 누리는 문화라는 환경을 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세상에 작품 속에서 로빈슨 크루소로 알려진 실제 인물이 있었다. 카리비안 해역에서 스페인 선박의 보물을 공략하던 영국 함정에 탔던 스코틀랜드의 알렉산더 셀키르크라는 항해사였다. 그는 자기가 탄 함정이 피해를 입고 항해하는 도중에 혼자 무인도에 떨쳐져 버렸다.

한참이 지나 그가 1708년 구조되었을 때 그의 모습은 털투성이에 염소 가죽을 쓰고 말도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다시 인간사회로 복귀한 그의 기담을 우연히 듣게 된 디포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로빈슨 크루소'라는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에 톰 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란 영화도 있다. 

이것은 인간은 물리적으로 무인도에서 혼자 생존할 수는 있지만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문화적으로 유아독존의 태도로도 생체적 존립은 가능하지만 사회적 생활을 원만하게 꾸려갈 수가 없다. 결국 사람은 공동체를 이루어 문화를 바탕으로 존재할 때만이 인간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인간사회는 나와 너가 모여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작동하게 되어있다. 그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서로 조율하고 보완하고 협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수많은 톱니바퀴가 다 맞물려야 기계가 돌아가듯이 말이다.                                      

인간은 그 누구라도 복제품처럼 100퍼센트 꼭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지구상에 사는 78억 인류가 다 그렇다. 그건 얼굴의 모양새가 단 한사람도 완전히 같지 않고 다 상이하기 때문에 마음도 생각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공동체를 형성하는 각각의 요소, 즉 조직의 구성원들을 묶어가는 작업이 ‘네트워킹’(networking)이다. 이것은 인간이 서로 돕고 함께 나누려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서로가 연결고리를 맺고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하며 갖고 있는 자원을 공유하고자 하는 갈망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네트워킹과 환경적인 커넥션과는 구분을 해야 한다. 흔히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거나 재력으로 선심을 베풀면 많은 사람이 주위에 모이게 된다. 아니 진정한 공감대를 이룬 교분이 맺어지기 전에 사람들이 먼저 인연을 맺으려고 한다. 

이런 환경적인 커넥션은 그 사람을 포장하고 있는 사회적 직분과 경제적 부가 없어질 때는 그 효력도 줄어들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 관계를 인간적으로 어떻게 엮어 가느냐에 자신의 사회적 역량이 달려 있다.  

                                                                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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