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구조조정 아닌 지속가능한 혁신의 단초 되길

새 정부 출범 후 한 달여 만에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 과감한 개혁이 추진된다. 공공 부문의 개혁, 달리 표현해 구조조정은 비단 현 정부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기존의 조직이나 인력에 대한 검증을 통해 새로운 국정 철학에 부합한 체계 구축을 위해 혁신을 내세웠다. 특히 진영을 달리 하는 정권교체일수록 개혁의 강도가 셀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간이 사는 조직체는 주기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은 나태해지고 타성에 젖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기강을 추스르고 공조직의 전열을 정비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다. 그것은 비단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방만한 기업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기로 한 것은 해당 기업의 종사자들로서는 피해의 대상이 될까를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그 당위성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의 장기화로 경제적 생존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공공기관이 누리는 호사스러움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불안정에 임금 삭감 등 불안 속에 생활을 영위해 가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경제활동의 기층에 놓인 국민들은 정부의 단발적인 지원금 얼마라도 가뭄에 단비 같다.

하지만 그 같은 처지에 있는 민생들도 꼬박 내는 세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무풍지대의 딴 세상을 누리며 호의호식했다. 매년 적자가 쌓여도 ‘공공성 조직’이라는 명분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니 질타를 받을 만하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관련된 모든 경영수치는 생산성 하락에 낭비성 심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83조원으로 지난 5년간 84조원이 증가했다. 늘어난 공공기관만도 29개다.

누적되는 부채에도 공기업 1인당 인건비는 803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2020년 기준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보수는 대기업보다 8.3%, 중소기업 보단 무려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지금까지 정부 수반도, 행정 관료도, 해당 기관 경영자도 방치한 채 나몰라라 했던 그 자체에 있다. 만일 국가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고 위민(爲民)정신이 있었다면 나랏일을 이렇게 건사했는가 묻고 싶다. 그들이 늘 외쳤던 국민을 위한다는 민본관(民本觀)은 어디다 내팽개쳤는지를 따지고 싶을 정도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에야말로 공공기관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변곡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명분으로 과거 체제를 청산하고 집권 정부의 우호적인 기반 마련을 위한 방편의 개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권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혁은 이념이나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 투명한 인사정책, 공공기관장·구성원의 가치체계, 경영의 자율성·책임성 및 공공성·수익성의 균형 등 공공조직의 펀더멘털부터 갖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리더의 멀티어십이다. 제임스 프리먼이 말한 대로 참다운 정치 지도자는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개혁이나 혁신을 이룰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늘 반복되는 도돌이표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당겨놓은 고무줄이 지나보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뿌리 깊은 공공기관의 관료주의 속성을 혁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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