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량근육' 전문가 신호종 대표
▲ '역량근육' 전문가 신호종 대표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AI) 간의 바둑대결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바둑은 인간의 영역이라며 승리를 자신하던 이세돌이 5전 1승 4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끝났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세계바둑 랭킹1위 중국의 커제 9단도 알파고에게 도전했지만, 3전 3패였다.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한 인간은 이세돌이 유일한 셈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하던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존재로서 머지않아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몇 년전 필자가 한 공기업 신입사원 채용 면접위원으로 겪었던 일화이다. 3명의 면접위원이 지원자 1인마다 20분 동안 직무역량과 적합도 등을 평가하는 일이었다.

면접과정에서 눈에 띄는 한 지원자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주먹 쥔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던 그는 온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로 떨고 있었다.

첫 번째 면접관은 그에게 긴장을 풀고 차분하게 대답하라는 안내와 함께 질문을 했지만, 그는 심하게 말을 더듬으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2번째 면접관의 질문에는 지원자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정도로 더 긴장했다.

지원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두 분의 면접관은 질문을 일찍 마쳤고, 필자에게 많은 시간이 할당되었다. 통상 마지막 면접관은 시간을 잘 조절하면서 마무리를 잘 해내야 하므로 경력자가 담당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필자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통해 그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경험내용을 중심으로 단답형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지원자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방금 전보다는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지원자는 안정을 되찾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장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면접은 무사히 마쳤다. 면접관들끼리 평정기준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는데,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면접관들 판단이 조금은 흔들리는 듯했지만 지원자의 AI 역량진단결과를 근거로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했다. AI 역량진단결과에는‘자세가 산만하여 답변에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언제부턴가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AI 역량진단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지원자 가운데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AI 역량진단결과는 채용기준 역량별로 점수와 그래프로 결과를 명확하게 알려주므로 기업이나 면접관 입장에서도 그 자료를 적극 활용하려는 추세이다. 

면접이나 역량평가는 전문성을 갖춘 면접위원이 지원자의 경험에 기초한 사항을 문답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그의 행동특성을 관찰, 분류, 평정하여 그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관의 전문성과 통찰력이다.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알파고 대신 바둑돌을 바둑판에 놓아주는 대리인을 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알파고는 스스로 바둑알을 집어서 바둑판 위에 올려놓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IBM 인공지능 왓슨(AI)도 의료분야에서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율주행 차량도 아직은 시스템이 인간의 두뇌와 운동신경을 대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면접과 역량평가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을 통한 객관화된 데이터로 공정성과 효율성을 얻으려 하는 AI 역량진단시스템 개발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만약 원하는 키워드는 기재하였지만 문장이 조악한 자기소개서와 비록 해당 키워드는 기재하지 않았지만 잘 쓴 자기소개서를 키워드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검증하고 있는 AI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더 나아가 컴퓨터 앞에 선 지원자의 반응이나 행동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진단하는 AI 역량진단결과의 정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면접시험이나 역량평가를 수행하면서 만약 내 아들과 딸이 이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라는 오버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평가를 마치고 한동안 몇몇 지원자가 눈과 머릿속에 맴도는 것을 보면서 면접은 절대로 허투루 하지 말아야 할 중대한 일임을 실감하게 된다.

AI 역량진단결과를 근거로 선발된 지원자를 10년, 20년, 30년 관찰, 검증하기 전에는 AI 역량진단결과를 채용과정에서 그대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시기상조가 아닐까? 곱씹어본다.

신호종 경찰학박사(범죄심리학) 

필자는 동국대에서 경찰학 박사 학위를 받아 현재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로서 경찰학, 범죄심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역량근육'을 개발하고 이를 평가하는 툴을 개발 및 보급하며, 인사 역량 분야 전문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역량평가위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역량지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에이트리컨설팅 대표로서 컨설턴트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에서 배우는 33역량,  ‘테오 엡스타인에게 배우는 33역량 등 바세보에게 배우는 33역량’ 역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3권을 출간했다. 그 외 ‘슈퍼 에이전트’ 장편소설‘3층계단’을 출간하기도 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신호종 박사가 '역량근육'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신호종 박사가 '역량근육'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Copyright © 파이낸스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