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대통령 업무보고...'52시간제 개편' 연구회 내주 출범
'노동시장 개혁', '중대산업재해 감축', '노동시장 정책 강화' 등
경영계...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모호한 규정 구체화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중대산업재해 감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등을 핵심정책과제로 수립하면서 이를 추진하기 위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라는 명칭의 전문가 위원회를 다음주 출범시키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같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모호한 규정'도 연내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출범은 노동시간 선택권 확대, 즉 주52시간제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편 방안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이 사실상 기존의 주52시간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는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노동계 '하투'(夏鬪)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부는 "불법점거,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관리 허용'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방침도 포함됐다. 

◇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주 52시간 근로제' 무용화 될 수도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이 나오자 2018년 도입된 '주 최대 52시간 근로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월'로 전환하게 되면 한 주에 92시간까지 일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산술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가 많을 때 초과근무한 시간에 대해서는 추후 휴가로 보상받는 개념이다. 노동계에서는 현재도 주어진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당시 노동부 장관의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정부 공식입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하면서 혼란을 부추키기도 했다. 주무장관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사전 설명까지 한 뒤 정책을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돌연 부인한 격이 됐다.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노동부는 "노사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되 단축한다는 기조는 유지하고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등 노동자 건강 보호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52시간제가 무용화 될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11시간 연속휴식 보장'을 노동자 건강 보호 조처로 제시한 것이다. 

업무계획에서 밝힌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겠지만 구체적인 인적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회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학계와 논의해 연구회를 구성하는 중"이라면서 "노동계에서 직접 (구성원을) 추천받지는 않겠지만 노동계가 연구회에 직접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공정한 보상체계 확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미세조정'

노동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 추가적인 노동시장 개혁과제도 발굴하겠다고도 밝혔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정년연장 등 고령자 계속 고용 기반이 마련되도록 공정한 보상체계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부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모호한 규정으로 임의 해석을 유발할 수 있는 조항은 개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예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등 '충실히'와 같은 표현은 보다 정확하게 고치며, 시행령상 '안전·보건 관계 법령' 범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령 시행령의 모호성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시행령 4조의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예산' 등의 의미가 모호하다면서 개정을 주장한다. 또 시행령상 '관계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광산안전법·원자력안전법·항공안전법·선박안전법 등으로 한정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한다.  

경총은 경영책임자 대상과 범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명시를 구체화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 차관은 "시행령으로 경영책임자를 명확히 하는 것은 법이 위임한 한계를 넘어선다"라면서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은 법 개정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닌 재해예방이 목적이어서 법이 일정 부분 포괄적이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는의견도 있다. 또 산업현장에 필요한 안전조처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예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에 명시돼 있음을 지적한다. 

권 차관은 노동부가 추진하는 시행령 개정이 '법 수용성을 높이는 미세조정'이 될 것이며 "시행령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낮추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수위와 관련해서는 "법 개정 사항으로, 시행령으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오는 10월까지 수립해 중대재해 감축방식을 '자율·예방'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중대재해가 뚜렷이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민간의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정책 강화...구직급여 개편

이와 함께 노동부는 공공이 아닌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KT 등 디지털 선도기업과 혁신훈련기관을 통해 인공지능(AI) ·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산업 인재 18만명을 2024년까지 양성한다.

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반도체와 관련해선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한국폴리텍대 캠퍼스나 공동훈련센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 생산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두고 인력 3천명을 양성키로 했다.

노동부는 중소기업 등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선 이달부터 외국인 근로자(E-9·고용허가제)를 1만명씩 입국시킨다. 이와 함께 플랫폼종사자 등에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직급여(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한 급여를 단계적으로  감액하는 등 반복수급 개선대책을 강화한다.

종전 어학강의나 취업특강 수강을 구직급여 수급에 필요한 구직활동으로 인정했던 것을 앞으로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구직급여가 실질적인 구직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해 제도의 효과성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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