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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게이츠와 우리 사회 노블레스 오블리주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게이츠재단)의 빌 게이츠 공동 이사장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국회의장 등 국회 주요 인사와 환담 뒤 국회에서 ‘코로나19 및 미래 감염병 대응과 대비를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대해 연설했다.

이번 방문에서 게이츠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나 나눈 의제는 한결같이 ‘국제보건’이었다. 그에게 가장 큰 현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촉발된 인류의 보건에 대한 문제였다.

이보다 앞서 이미 게이츠 이사장은 인류의 질병 예방과 건강을 위해 게이츠재단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그는 2010년 전 세계 상위 0.1% 이상 부자들의 증세를 요구하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 약속하는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 운동에는 25개국에서 2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20번째 기부자가 됐다. 앞서 219번째는 배달앱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기부 서약자로 인정받았다.

물론 이 자발적 기부운동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회원이 되려면 10억달러(한화 1조원) 이상 보유해야 되며 순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생전·생후에 기부해야 한다. 특이한 것은 기부 서약 신청자의 약 75 퍼센트는 빈손으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라고 한다.

설사 그만한 재산이 있다 해서 기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재산 형성 과정, 기부 의지의 진정성,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쳐서 선정된다. 그러고 보면 재산을 축적하는 것도 힘들지만 기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운동을 창시한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최고 정치 리더들 앞에서 인류의 건강을 위한 질병 예방을 외쳤다. 이는 단순히 세계적 기업인의 의례적인 방문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스스로 인류를 위한 가치를 실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가인 것이다.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할 기준이 안 돼도 그의 아름다운 인간애적 정신은 인류 사회, 아니 우리 사회에 반향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세태는 ‘있는자’, ‘얻은자’, ‘누린자’들의 사회적·도적적 일탈로 시끄럽다. 어떻게 보면 그런 위상을 갖춘 부류라면 더욱더 사회적 모범이 되어야 할 터이다. 바람직한 사회 분위기를 선도해야할 입장이다. 그럼에도 기대에 역행하는 것은 민중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줄 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해야 할 지도층이 올바른 가치를 실천할 때 국민들의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 통합된 사회,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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