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31일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도정 열린회의(확대간부회의)에서 "지역화폐를 우리(경기도)가 가장 많이 발행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에서 국비 전액을 삭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매출 증진에 기여해왔고, 전통시장 상인분들을 만날 때마다 긍정적 반응과 확대 건의를 들었다"고 언급하며 "국비를 전액 삭감했다는 건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과 민생 어려움을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정 부분 합의를 통해서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를 위해 애써왔는데 (예산 삭감 결정은) 중앙정부의 정책 신뢰도와 안정성에도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 과목조차 없앴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목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될 것"으로 내다보며 "국회의원들이 지역화폐의 중요성을 공감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노력해주시고, 경기도 역시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는 정부가 제시한 재정 건전성과 긴축 재정과 관련해 "100% 맞는 얘기가 아니다. 돈을 쓸 때는 써야 하고 곳간을 채워야 할 때는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 재정을 단순히 '지난 정부에서 늘렸으니까 이제 긴축하겠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경기도)도 재정이 어렵다"면서도 "재정의 역할은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 때 더 빛난다"며 "필요하면 빚을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라고도 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조522억원이던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6천50억원으로 줄인 데 이어 내년에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지역화폐 총 발행 규모는 매년 늘어나 올해는 4조9천992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28.5%를 차지한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올해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인센티브 예산으로 4천870억원(국비 1천60억원, 도비 1천841억원, 시군비 1천969억원)을 편성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 지역화폐 할인 혜택 및 발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자체 예산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것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