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 '디지털 전환' 가속...사회적 적응에 한계
아날로그 세대 장·노년층을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 필요

"나이 들면 서럽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든 사람들이 가는 세월을 탓하며 하는 '상투적(?)' 표현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그 말은 옛적의 의미와는 다르다. 실제로 나이든 세대들이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사회의 물정을 따라가기가 갈수록 버겹다.

일상생활에서 모든 게 '디지털화' 되다보니 중·장년, 특히 노년층들은 적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현상이 현실화 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를 이끌어 왔던 이들 세대들이 요즘의 금리 인상 만큼이나 가파른 '디지털화세(勢)'에 '디지털 문맹(digital illiteracy)'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근래 일본이 한국에 비해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 요인 중에 하나는 우리보다 앞선 고령화 사회를 꼽는다. 일본이 행정 서비스 등에서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하다보니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로지 '디지털 만능'이 사회적 기준이 되고 있다. 벌써 50대만 되도 디지털 격차를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를 보여주는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 사는 한모(54) 씨는 최근 남편의 생일을 맞아 가족 외식 장소를 찾다 속이 상했다. 

분위기가 좋아 보여 미리 골라둔 식당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SNS로만 예약을 받는다며 전화 예약을 거절했는데, 예약법이 어려워 번번이 실패한 것이다. 한씨는 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결국 전화 예약을 받는 곳에서 외식했다"며 "나이 든 사람은 유명한 식당엔 오지 말란 건지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체는 이 같은 상황을 체험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러한 세태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보도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 청담동, 한남동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앱이나 SNS로만 예약받는 가게가 늘면서 소외감을 호소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송모(52) 씨의 경우를 보자.

그는 얼마 전 지인들과 오마카세('셰프 특선요리'를 뜻하는 일본어) 집에 가려다 앱으로만 예약이 가능한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송씨는 "결국 대학생 딸이 예약해줘 어렵게 갔는데, 셰프가 어떻게 예약했냐고 물어보더라"며 "나이 든 사람들에겐 앱이 마치 접근하지 못하는 장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모(54) 씨는 "요즘 전화로는 간단한 설명도 안 해주는 식당들이 있다"며 "우리 세대도 소위 말하는 '힙한' 곳에 가보고 싶은데 그게 부담스러워져 서럽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식당들은 '노쇼(NO SHOW·갑작스러운 불참)'를 방지하기 위해 예약 앱을 이용할 뿐, 특정 세대를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특정 세대를 겨냥해 그에 맞춘 예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도 있다. 서울 한남동의 한 레스토랑은 "나이가 많은 손님을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주 타깃층이 20대∼40대까지여서 세대에 맞는 예약제를 활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식당들의 이런 기류는 요식업체의 운영주체가 디지털 세대인 경우에 해당되는 데다 디지털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불가피한 '전략'일 수도 있다. 디지털화 된 사회문화체계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비대면·플랫폼 거래에 익숙해 이들을 고객으로 삼으려는 식당을 중심으로 전화 예약을 없애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런 전략에는 예약을 힘들게 해 희소성을 높이고, 소비로 자신을 표현하는 '가치소비'를 즐기는 MZ세대에 소구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도 "좁은 계층에만 소구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모델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는 게 경영학적으로 밝혀져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중장년층 고객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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