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채보다 선호도 낮은 일반 회사채 수급 경쟁 불리
LCR규제 정상화 유예 종료...은행채권 발행 확대 예상

4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은행채의 발행 한도가 확대되면서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회사채(한전채)를 대규모 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채까지 시장에 쏟아지면 우량채보다 선호도가 낮은 일반 회사채는 수급 경쟁에서 불리하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물량은 18조9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은행채 만기 규모는 다음 달 23조1300억원, 6월 20조5700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올해 2분기 은행채 만기 물량은 총 62조6200억원 수준으로 1분기(48조3600억원) 대비 29.49% 증가한다.

지난 1∼3월 월간 14조∼17조원대였던 은행채 만기 규모가 가파르게 치솟자 향후 은행채 발행이 급증해 채권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의 월간 발행 한도를 같은 달 만기 물량의 125%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월간 만기 규모의 100% 이내로 제한해왔다.

올해 한전채 등 공사채 발행량은 늘었으나 은행채 발행이 제한되면서 전체 우량채 물량의 폭증을 상쇄해왔지만 이제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기준 올해 한전채 발행액은 9조55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조9000억원) 대비 7.30% 늘었다. 올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액 역시 8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6400억원)보다 23.71% 증가했다. 

MBS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하는 것으로 보금자리론 등의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용도다. MBS는 발행사가 주금공인 만큼 한전채와 마찬가지로 공사채에 해당해 일반 회사채보다 선호도가 높다.

아울러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 조치가 예정대로 6월 말 종료될 경우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LCR을 기존 100%에서 85%로 낮췄던 금융당국은 지난해 정상화 과정에서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올해 6월 말까지 92.5%를 유지하도록 했다.

채권시장이 위기에 빠졌던 지난해와 올해는 금리 환경이 다른 만큼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기준금리도 크게 오르는 등 워낙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되고 시장금리도 내리고 있어 채권 발행량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어렵지 않아 발행 규모를 굳이 크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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