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부채 규모 2021년 34조6천억, 부채비율 "껑충"
직원 연봉도 6.6% 상승…경영평가 등급 상향으로 성과급

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사진공사)
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사진공사)

지난달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에너지공기업 경영혁신 상황 점검회의'에서 한국가스공사는 한국전력과 함께 28조 규모의 자구계획의 실효성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가스공사는 비상경영체계를 갖춰 인건비 감축을 포함 경영혁신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급격한 부채 증가로 '빚더미'에 앉은 한국가스공사의 임원들은 전년보다 30%나 오른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들의 연봉 상승 폭은 평균보다 4배 이상 컸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상임 임원의 평균 연봉은 1억7천148만4천원이었다. 2021년 1억3천179만6천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0.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상임 기관장 연봉은 전년보다 43.4% 올라 가장 크게 상승했으며, 상임 이사와 상임 감사도 각각 34.9%, 9.8%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공기관 상임 임원 평균 연봉이 1.2% 증가한 것에 비해 거대 적자 공기업으로서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공사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도 2021년보다 6.6% 상승해 9천371만원을 기록했다. 액수와 상승 폭 모두 전체 공공기관 평균(7천만원, 1.4%)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연봉이 이처럼 크게 상승한 이유는 가스공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이 상향됐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2020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아 2021년 임직원들에게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반면 2021년 경영실적평가에서는 보통(C) 등급으로 올라가면서 지난해 기관장과 직원들에게 각각 6천166만4천원, 440만8천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그러나 경영실적평가와 달리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이런데도 실적평가가 상승한 것에 대해 평가 기준의 타당성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가스공사의 부채 규모는 2020년 28조2천억원에서 2021년 34조6천억원으로 22.6% 증가했다. 364.2%였던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도 378.9%로 높아졌다. 성과급이 지급된 지난해에는 부채가 52조원까지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499.6%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이처럼 악화한 재무 상황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고, 올해 추가 인상을 검토 중에 있다.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스공사의 경영실적평가 등급이 상향된 것은 평가 지표 중 재무 관련 항목의 배점이 낮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적자가 산더미 같이 늘어나는 데도 실적이 좋다는 평가는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는 100점 만점인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조직·인사·재무 관리 항목에 7점(공기업 기준)을 부여해왔다. 이 중 조직·인사 일반 항목의 배점이 2점이었고, 재무예산 운영·성과는 5점이 할당됐다.

이 때문에 심각한 재무 위기에 처한 기업이더라도, 채용이나 지역발전 등 다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경영실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경영평가 항목과 배점을 수정해 재무관리 항목을 업무효율 항목과 합쳐 '재무성과관리' 항목으로 만들고, 배점을 20점으로 올렸다.

각 기관의 부채 비율, 자체 수입 비율 등을 고려해 유형을 분류하고 가중치를 조정하는 '유형별 맞춤형 평가' 방식도 새로 도입해 올해 평가부터 적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경영평가가 재무 관련 지표를 과소 반영하다 보니 가스공사의 등급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평가 항목과 배점이 개선된 올해부터는 재무 위기에 빠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성과급이 늘어나는 사례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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