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상설시장으로서의 자부심 넘쳐나
일제강점기 조선 상인 기반 흔들자 독자 상권을 구축
세계인 끌어 모으는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재래시장

광장시장에는 내국인 못지 않게 외국인들도 색다른 운치를 즐기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광장시장에는 내국인 못지 않게 외국인들도 색다른 운치를 즐기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1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심 재래시장의 대명사인 광장시장. 

광장시장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 속에서 태동했다. 1905년 일제가 화폐정리사업을 단행하면서 조선 상인의 기반을 흔들어 놓자 그해 7월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 광장시장의 시작이었다.

당시 일본인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던 다른 시장들과 달리 광장주식회사가 운영하던 동대문시장은 순수 조선 자본을 바탕으로 한 조선인 시장의 명맥을 꿋꿋이 지켰다. 

20일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에서 손님들이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20일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에서 손님들이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종로 4가와 예지동 일대에 자리잡은 배오개(이현·梨峴) 시장은 조선후기 서울의 3대 시장으로 꼽혔다. 1905년 한성부 시장개설 허가를 낼 당시에는 동대문시장으로 명칭을 정했다. 그 후 1960년대 이후에 들어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뜻'을 담아 지금의 '광장시장'으로 불리게 됐다.  

광장시장의 활력소는 단연 먹거리 골목이다. 광장시장의 중심에 사통팔달로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같은 노천 음식가게는 눈으로만 봐도 즐겁고 먹어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십년을 이어온 가게 사이에는 늘 고소한 냄새가 시장을 진동한다. 전과 부침, 족발, 순대를 비롯한 장터 단골 메뉴가 골목마다 가득해  광장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도 포장을 해갔다는 녹두빈대떡 지지는 냄새가 진동한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윤석열 대통령도 포장을 해갔다는 녹두빈대떡 지지는 냄새가 진동한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광장시장은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일반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각종 음식, 특히 안주거리 차림이 넘쳐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은 시장의 음식과 풍경을 연신 가메라로 담기에 바쁘다.  그곳에서는 한국의 전래적인 시장의 냄새가 배어 있고 한국인의 부지런한 모습이 투영돼 있다.  

저녁 무렵, 아주머니들의 손맛에다 저렴하고 푸짐하기까지 한 빈대떡 가게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늦은 시간까지 활기를 이어간다. 요즘 사람들이 따지는 가성비로도 최고다.

상설 재래시장의 대명사가 된 광장시장에는 젊은 세대들도 즐겨 찾는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상설 재래시장의 대명사가 된 광장시장에는 젊은 세대들도 즐겨 찾는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지난 주 토요일인 20일 광장시장을 찾았을 때,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특정 가게의 먹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고, 번호표를 나눠주며 대기하는 손님 줄이 끝이 없는 곳도 있었다.  

이날 먹거리 골목은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자유도 없었다. 그 많은 음식 스탠드의 자리가 꽉 차 어쩌다 요행으로 빈 자리가 나면 음식 종류와 상관 없이 의자를 확보해야 할 판이었다.

이날 저녁에는 종로 거리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구간에서 석탄일 연등행사가  계획되 있어 도로가 오후부터 통제됐다. 이런 가운데 바로 옆에 위치한  광장시장에는 주말을 맞아 입추의 여지가 없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해산물 식재료가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해산물 식재료가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교적 한산했던 광장시장은 예전의 활력을 되찼고 있었다. 아니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국인 봉쇄로 내방객이 뜸했던 것을 일시에 보상하기라도 하듯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넘쳐났다.

누군가가 "삶이 지루하거나 힘 들 때는 재래시장을 가보라"고 말했다. 이날 광장시장에는 세상의 활력과 생기를 다 끌어들인 듯  원초적인 생명력이 넘치고 있었다. 

광장시장에는 일반 식당에서 맛보기 힘든 맛깔스런 메뉴들로 넘친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광장시장에는 일반 식당에서 맛보기 힘든 맛깔스런 메뉴들로 넘친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이거는 얼마죠?" 한 손님이 메뉴를 가리키며 묻지만 가성비로는 최고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이거는 얼마죠?" 한 손님이 메뉴를 가리키며 묻지만 가성비로는 최고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광장시장 내 곁길에 들어선 먹거리 좌판에는 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광장시장 내 곁길에 들어선 먹거리 좌판에는 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사진=파이낸스뉴스 이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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