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한국 하위권”
한국 젠더 격차 지수는 0.680...“정치, 경제 부문 퇴보”
출산율 높은 북유럽 국가들 양성평등서도 상위권 차지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간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표지'.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간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표지'.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매우 낮은 단계로 146개국 가운데 105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국제기구 조사결과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0.680으로 전체 146개 국가 중 105위를 기록했다. 

WEF는 2006년부터 경제 참여·기회, 교육 수준, 보건, 정치 권한 등 4개 부문에서 국가별 성별 격차를 지수화해 매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젠더 격차 지수는 0~1까지로 표시되며 1에 가까울수록 양성 평등이 잘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0.010 하락해 99위에서 6단계 더 내려갔다.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2019년 108위, 2020년 102위, 지난해 99위로 조금씩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 다시 후퇴했다. 이로써 성평등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이번에 한국은 가나(100위·0.688)와 부탄(103위·0.682), 세네갈(104위·0.680) 보다 순위가 더 낮았다.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을 외치고 있는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을 외치고 있는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올해 경제 참여·기회 부문(0.597)에서 114위, 교육 성취 부문(0.977)에서 104위로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반면 보건(0.976)은 46위, 정치 권한(0.169) 부문에선 88위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제 참여·기회 부문의 경우 소득(119위)과 고위직 진출(128위)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남녀 소득 격차가 크고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부진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교육 수준 부문에선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 등록이 115위로 낮았다.

성 격차가 가장 낮은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0.912)가 꼽혀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노르웨이(0.879), 핀란드(0.863), 뉴질랜드(0.856), 스웨덴(0.815) 등 북유럽 국가가 최상위권에 들었다. 

한국보다 성평등 수준이 낮은 나라는 중국(107위·0.678), 부르키나파소(109위·0.676), 일본(125위·0.647), 인도(127위·0.643), 사우디아라비아(131위·0.637) 등으로 조사됐다. 성평등 최하위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146위·0.405)이었다.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를 살펴 보면 선진국 가운데 비교적 출산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양성평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양성 평등 지표인 '성 격차 지수'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이 세계 146개국 중 하위권인 105위를 차지했다. (WEF 보고서  캡처)
양성 평등 지표인 '성 격차 지수'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이 세계 146개국 중 하위권인 105위를 차지했다. (WEF 보고서  캡처)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여성이 육아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면서 경제 활동이 제약되는 성 차별적 사회 환경을 지적해왔다. 북유럽과 독일(6위), 벨기에(10위) 등은 출산율 하락을 겪은 뒤 적극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펼쳐 분위기를 바꾼 나라들로 알려졌다. 

WEF는 올해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젠더 격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개선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격차가 지난해보다 0.3% 줄어드는 데 불과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추세라면 전 세계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되는 시기는 131년 후인 2154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EF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성 격차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느리고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기술 혁명과 기후 변화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경제적 권한에서 남녀 격차가 더 벌어질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여성에 경제적 참여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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