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 건설사업 둘러싼 정치적 공방 점입가경
교통 효용성과 지역발전 균형성에 초점 맞춘 접근이 필요
여야 대립보다 ‘궁즉통’ 묘법으로 ‘민의 정치’의 표본 기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해당 고속도로는 국토교통부가 경기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 당초 오는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8년부터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다 2017년 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17~2020년)에 반영돼 첫발을 뗐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통과했고 지난해 7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다.

이후 기존 노선의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의 변경안이 지난 5월 8일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공개되면서 정치 쟁점화 됐다. 순탄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 오해 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함)로 비화된 형국이다. 

당초 27 km의 왕복 4차선으로 추진된 노선안 보다 길이가 2km 늘어남에 따라 소요 예산도 늘어났다. 하지만 교통 효용성과 지역발전 균형성을 위해 강상면으로 변경되자 정치적 이슈가 되버려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의 논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6일 당정협의를 거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문제의 발단은 노선 변경안의 자체보다 변경된 노선의 종점 근방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어 특혜 의혹이 제기된 데서 비롯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변경안으로 제시된 강상면 종점 500m 거리에 김 여사와 가족들 개인 명의의 땅이 있다. 여기에 추가로 자체 부동산 개발회사가 2017년과 2019년에 구입한 다수 필지의 땅을 단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노선 변경안은 김 여사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여당은 어불성설이라며 그같은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 측의 양보 없는 주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시각과 논리가 다른 상황에서 정치적 공방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김 여사 외 다른 유력 정치인들도 해당 지역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곁들여지며 정치권의 다툼은 확전 일로로 치닫는 국면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설계도. (자료=양평군)
서울~양평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설계도. (자료=양평군)

처음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은 '서울과 양평군간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차량 이동 시간이 15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교통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의 여가생활은 물론, 지역의 균형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상의 비용대 편익성 효과가 나는 지역 교통망 확충사업(SOC)도 없을 것이다. 거대도시 서울에서 인근 자연친화적 소도시를 1~2시간에서 15분대로 차량 이동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파격적'이다.

국토교통부가 현 정부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기름에 물 붓는 양상으로 여야 정치권과 함께 정부-지역민들과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양평 군민들은 종점과 상관없이 사업 자체는 추진돼야 한다면서 백지화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어쨌든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안으로 촉발된 대립과 갈등은 정부와 야당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 둔 시점에 지리한 논쟁은 어느 측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특혜 의혹을 둘러싼 정쟁이 수도권 주변 지역에 정주하는 많은 국민들의 편익을 위한 백년대계의 교통망 인프라 사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문제를 키우기보다 줄이고 해결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정부도 야당도 동일한 국민을 위한 정치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번 사태를 극한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처럼 여야 대립으로 일관한다면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또다른 '편가름'으로 몰아가는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로의 진지한 소통을 통해 각기 명분을 세우면서 15년을 기다려온 지역 거주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헤아림으로써 참다운 '민의 정치'의 표본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부디 여야가 '궁즉통'의 묘법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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