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 국토부 공기업에 이권 카르텔 전쟁 선언
도로공사, 철도시설관리공단 등 전관 카르텔 범위 확대
“전관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공공의 역할 사익 오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카르텔 혁파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카르텔 혁파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의 관행으로 돼 있던 '전관예우'가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내 한 아파트 시공현장 붕괴사고로 촉발된 ‘순살 아파트’ 문제로 불거지며 철퇴를 맞고 있다.  

이는 비단 건설업계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돼 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전관예우의 관행이  ‘순살 아파트’ 사태로 인해 척결 대상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사회곳곳에서 행해지는 전관예우는 근본적으로 공정성을 훼손시키고 국가 예산의 낭비는 물론 이번 처럼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가 터지면 사후약방문으로 대처하는 것도 또 다른 행정의 관행이다. 그러다보니 매번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게 된다.

이번 건설업계의 전관예우로 인한 사태가 LH의 이권 카르텔 문제로 확대되면서 건설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권 카르텔의 발본색원을 공언하고 있어 그동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으로 공공 분야 사업을 도맡아 왔던 전관업체들은 사활이 걸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21일 ‘순살 아파트’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LH의 전관예우 문제 해소를 위해 LH 고위 임원들이 재취업 혹은 창업한 일명 ‘전관업체’와의 모든 도급계약 해지와 계약 일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LH의 전관들이 활약해 온 설계, 감리 분야 상위권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엔지니어링업체는 총 7704개사에 달한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도하엔지니어링 등 대기업은 209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7495개는 중소 규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LH 등의 용역 수주 실적에 따라 한 해 매출이 결정될 정도다. 그러다보니 LH 출신들은 건설업계에서는 금값으로 불린다. 전관업체가 돼야 수주 경쟁력이 확보되는 셈이다. 

'전관예우' 문제가  비단 국토부 산화 공기업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만큼 공공 분야 전반에 걸쳐 사업의 외주 과정에서 공정거래의 질서가 확립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관예우' 문제가  비단 국토부 산화 공기업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만큼 공공 분야 전반에 걸쳐 사업의 외주 과정에서 공정거래의 질서가 확립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업계의 전관 카르텔을 없애겠다고 나서자 수주 활동에 난항이 예상 되면서 관련 업체들은 당장 올해 하반기 실적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공기업 전현직 임직원 간 이권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전관 업체 계약 퇴출이 LH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유튜브 채널 ‘원희룡 TV’에서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을 사익으로 오염시키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의 다리를 끊어버려 이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권 카르텔 문제는 LH에서 먼저 터졌을 뿐이지 LH만의 문제가 아니다. LH 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항공 등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끊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다시 잇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엘피아’(LH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LH 전관들을 지칭) 퇴출이 마무리되면 도로공사, 철도시설관리공단, SRT 등으로 전관 카르텔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 장관의 국토부 산하 기관에 대한 이권 카르텔 근절 선언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없이 이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원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을 지목해 이같은 지시를 직접 내렸다.

다만 수자원공사는 환경부 소속이어서 일명 ‘수피아’(수자원공사 퇴직자들의 이권 카르텔) 여부를 살펴보지는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국토부 뿐만 아니라 건설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는 다른 부처에 대해서도 또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건설 관련 외주 사업이 많지만 다른 부처에서도 전관예우가 뿌리 깊은 관행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공적재원으로 수행하는 모든 사업에서 전관이 곧 수주의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뿌리채 뽑아내는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만을 대상으로 한 일과성 대응이 아닌 명실상부한 시장에서의 공정거래를  위해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결정적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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