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뉴 삼성’ 비전 기치...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 정착
- 사내 공식 의사소통은 ‘상호 존댓말 사용’ 원칙...‘님’ 호칭
- 수평호칭 경영진에 확대 적용...삼성의 조직문화 변화 가속

수평적인 조직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는 삼성의 서초동 사옥 모습.  (사진=삼성전자)
수평적인 조직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는 삼성의 서초동 사옥 모습.  (사진=삼성전자)

국내 기업들의 조직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직적이었던 조직 구도가 수평적으로 바뀌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이 단기간 내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창업주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톱 다운' 방식의 경영능력이 주효했다.

일사분란한 계선조직의 구도에서는 구성원의 창의력 보다는 최고경영자의 전략과 전술에 동조해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첨단 기술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flow)과 혁신적인 창의성이 기업 성공의 관건이 됐다. 

여기에 급변하는 시대에는 고정관념의 틀에 젖은 최고경영자(CEO) 한 사람의 역량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최근에 부각된 ESG 가치의 기본값에 부응해야만 한다. 최근 기업에서 '애자일(Agile)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수평적 기업 문화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수평적 기업 문화는 △기업 구성원 간의 생산적인 업무 관계와 원활한 의사소통 △조직의 목표 공유, 개방성, 유연성, 긍정적 풍토 조성 △조직 내부 문제·외부 고객의 니즈에 능동적 대처 △지속가능성장에 필요한 혁신 친화적 환경 △창의적·창발적 집단지성의 생산적 극대화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구조, 호칭, 환경 등 세부적인 부문에서 부터 변화를 내재화 시켜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은 조직의 '엄격성'이 트레이드마크 였다.

그런 조직문화가 이 전 시대 산업화 과정에서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구축하는 원동력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바뀌면서 더이상 최고 기업도 과거의 패턴에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2022년 10월 28일 광주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일선 직원들과 소통을 하며 파이팅 구호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2022년 10월 28일 광주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일선 직원들과 소통을 하며 파이팅 구호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에 2022년 10월 27일 삼성의 총수가 된 이재용 회장은 앞서 부회장 때부터 '뉴 삼성' 비전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먼저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직급단계를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직원들 간 호칭도 ‘프로’ 등으로 통일한데 이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도 삭제했다. 또 사내 공식 의사소통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정해  '님'자를 붙이는 호칭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사소통할 때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없애고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경영진과 임원진도 수평으로 호칭하는 파격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최상위급 자리에 대해서도 직책과 직급을 사용한 호칭을 금지하고, 대신 영어 이름이나 이니셜,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만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1년 말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임직원과 함께한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에 대해 이름의 “영문 앞글자를 딴 ‘JH’라고 불러 달라”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 부회장은 “조직문화는 수평적 문화가 기본 근간”이라며 “수평적 문화의 근간에는 상호존중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수평호칭 지침은 경영진이 참석하는 미팅이나 간담회와 각종 공식회의에도 적용되며 같은 경영진끼리도 수평호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수평호칭을 경영진에게 확대한 배경에서도 삼성의 변화된 조직문화를 읽을 수 있다.

당초 수평적 조직문화 체계가 일반 직원과 관리자에게만 적용됐다는 데에 대한 한계성이 지적되자 이를 적극 수용해 최고위 직급까지 상향해 적용한 것이다. 하의상달의  '버텀 업' 경영방식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수평적 소통이 결국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고객 중심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시대적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경영혁신 전문가인 브라이언 핼리건은 "현대인들의 생활 방식과 일하는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했다"면서 "기업은 현대인이 실제로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에 맞게 관리와 선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99%의 기업들이 90년대의 문화에 갇혀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한번 고착된 기업의 문화를 변환시킨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든 기업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명실상부한 변화와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방식을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게 재구성 하겠다는 의지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변화가 그동안 다른 기업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기 때문에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은 많은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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