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 CEO후보추천위 “편향없이 냉정하고 엄중히 심사할 것”
- KT사태 판박이 우려...“현 회장 3연임 둘러싼 갈등구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5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주관 '혁신기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5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주관 '혁신기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국민연금공단이 언론을 통해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홀딩스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박희재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발표한 ‘신(新)지배구조 관련 규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이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홀딩스 대표선임은 내외부인 차별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며 "현 회장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편향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현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차기 회장 선출 방법과 절차 전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대주주다.

앞서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1일 CEO후보추천위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내년 2월 중순 차기 회장 최종후보 1명을 압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외이사 7인 전원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가 '회장후보인선 자문단'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내·외부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현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 회장 재임 기간 중에 선임 또는 연임된 사외이사들로 짜여진 CEO후보추천위가 내세우는 방식이나 절차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CEO후보추천위가 구성하는  자문단 역시 최 회장 체제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포스코그룹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문단 구성 과정과 기준 등에 대해서도 전혀 공개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현재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 과정 자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향후 CEO후보추천위가 추진하는 인선 절차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같은 성격의 KT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해 말 이번처럼 국민연금의 반대로 CEO 선임이 두 차례나 무산되며 수장 공백 사태에 몰려 차기 리더십 선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바 있다. 

결국 외부 공모 절차와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을 꾸린 후 사내외 후보 검증을 거쳐 CEO를 최종 선임했다. 다만 KT와 포스코홀딩스는 주주 구성에서 다르다. 

KT는 국민연금 외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있는 대신 포스코홀딩스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5% 넘는 지분 보유 기관 투자자가 없이 소액주주들(75.52%)이 대다수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의 차기 회장 인선 구도는 소액주주들의 여론 향배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은 현 최 회장의 암묵적인 '3연임 도전' 기류에 역풍이 불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CEO후보추천위는 당초 계획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맞춰 내년 1월8일까지 회장후보육성프로그램을 거친 내부 후보자의 지원과 주주 추천 및 10개 헤드헌팅업체(서치펌) 등의 경로를 거쳐 추천된 외부 후보자를 망라한 20~30명의 1차 후보군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자문을 받아 최종 후보자들을 압축한 후 차기 회장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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