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 1천868명 희망퇴직...평균 퇴직금 5억원대 수준
- 희망퇴직자 수↓...퇴직금 수준은 여전히 타 업계보다 높아
- “이자 수익 잔치에 임금인상 요구 고깝지 않게 보고 있다”

지난해 말과 연초 사이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떠난 은행원은 총 1천868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과 연초 사이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떠난 은행원은 총 1천868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희망퇴직금 규모를 줄이면서 은행을 떠난 퇴직자들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은행들이 '이자장사'와 '돈잔치'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다 서민들을 위한 상생 금융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올해 시중은행들이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도 전년 대비 축소됐다. 

이는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수뇌부 교체로 새로운 경영체계를 구축한 후 맞는 첫 해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총선 등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상생 금융에 대한 부담, 금리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 리스크에 대비한 대손 충당금 적립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줄어든 성과급이 대개 통상임금이나 기본급의 200%대에 달하는 등 은행권의 이같은 조치가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 은행을 떠난 퇴직자와 이들이 받은 퇴직조건은 예년보다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곳의 은행에서 희망퇴직 신청자는 총 1천496명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2명이 회사를 떠났다. 5개 은행을 합한 희망퇴직자는 모두 1천868명에 이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674명 △신한은행 234명 △하나은행 226명 △우리은행 362명 등이다. 국민과 신한, 하나은행은 모두 지난해 1월(713명·388명·279명)보다 퇴직자가 줄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2022년 말 493명보다 퇴직자가 감소했다. 반면 우리은행만 2022년 1월 349명보다 퇴직자 수가 늘었는데, 이는 퇴직 대상 인원 규모를 늘린 탓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을 떠난 희망퇴직자는 1년 전 2천222명에 비해 354명이 줄어들며 15.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5대은행의 지난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천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부 희망퇴직자는 법정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더해 10억원 이상 받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5대은행의 지난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천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부 희망퇴직자는 법정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더해 10억원 이상 받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은행들의 희망퇴직자 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은 이번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희망퇴직금 기준을 최대 31개월치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초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최대 35~36개월치 급여를 지급한 것에 비하면 4~5개월치 급여가 줄어든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40~55세 직원에 39개월치까지 지급하던 월평균 급여를 절반 가까운 20개월치로 대폭 줄였다.

지난해만 해도 희망퇴직 조건이 유리해 신청자들의 관심이 컸던 데 반해 올해는 부가혜택이 낮아지면서 신청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포용금융'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앞으로 이전과 같은 '돈 잔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 조건 축소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판에 여론 악화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이전으로 선회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특히 정부나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향해 기회 있을 때마다 상생금융의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등 지적에 이어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들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국민은 은행들이 이자 수익으로 잔치를 하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투쟁하는 것을 고깝지 않게 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를 바닥부터 떠받쳐 온 골목상권은 붕괴 우려에 있는데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런 발언들에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은행들이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퇴직자들은 올해도 평균 5억원대 퇴직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5대은행의 지난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천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법정 기본퇴직금 평균 1억8천만원에 희망퇴직금 3억6천만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평균치로, 지난해와 같이 더 많은 금액을 희망퇴직금으로 받은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희망퇴직자 중 장기 근속자 등 일부는 법정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더해 10억원 이상 받기도 했다.

은행들이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하면서 희망퇴직자 수가 줄어들었지만 퇴직금 수준은 여전히 타 업계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여론은 아직도 금융권의 '돈잔치'에 대한 인식을 떨쳐버리기는 거리가 멀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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