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재무평가서 ESG 기준 중요...지속가능 투자 요건
- 국내 기업 ESG 인식 미흡...ESG위원회 설치 절반 미달
- 韓 “선진국 ESG경영 기준에 비하면 아직도 초보 수준”

글로벌 기업들은 ESG 표준 준수를 경영의 핵심으로 실천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DB)
글로벌 기업들은 ESG 표준 준수를 경영의 핵심으로 실천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스뉴스 DB)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2006년 유엔의 '책임투자원칙보고서'(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 PRI)에서였다. 이때부터 기업의 재무평가에서 ESG 기준이 처음으로 반영돼 지속가능한 투자를 발전시키는데 핵심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시 자산소유자 및 자산운용사 등으로 구성된 63개 투자회사들이 ESG를 기준으로 6조5천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데 서명했다. 이후 2019년 6월 기준으로 2천450개 투자회사들이 동참해 자산 규모는 80조 달러를 넘어섰다.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거래하는 기업들이 ESG 기준을 강력하게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ESG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더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 2017년에는 투자기관들이 400개 기업에 대해 남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에 여성을 임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ESG가 본격 경영의 핵심가치로 떠 오른 것은 2020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 WEF)에서의 '다보스 선언'을 통해서다. 이때부터 국제비즈니스협의회(International Business Council · IBC)를 중심으로 기업 경영의 주요 측정지표를 구축해 ESG 전환을 가속화했다. 

당시 120개 대형 다국적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지향적인 접근 방식으로 ESG를 준수하겠다는 다짐을 표명했다. 

 

관리 중인 자산

(자료 : 책임투자의 원칙 ·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해외 투자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ESG가 핵심지표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ESG경영 성과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ESG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ESG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도 나타난다.

ESG 디커플링은 기업의 ESG 정보공개와 실제 ESG 성과의 격차를 뜻한다. 일부 기업은 ESG 성과를 편의에 맞춰 발표하는 사례도 있어 공정한 방식의 ESG 준수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경영 의지가 필수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ESG에서 여성의 기업 임원 참여 비율을 중시하는 것은  기업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디커플링이 덜 한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조사 결과,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오염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지난 2022년 6월 상장사 이사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성별 균형 지침에  합의했다. 2026년부터는 이 합의가 의무적으로 적용돼 상장기업은 비상임 이사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보임하거나,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고위직(CXO) 33%를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

(자료 : 사업 전략 환경 · Business Strategy and the Environment) 
(자료 : 사업 전략 환경 · Business Strategy and the Environment) 

영국 러프버러 대학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경우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이 1.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르웨이 33.9%나 스웨덴 30.2%에, 평균치 13.6%와 큰 격차를 보여 조사 대상 29개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많은 국내 기업들이 ESG경영의 중요성은 깨닫고는 있지만 실제 관련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 중 ESG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들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57개 기업들의 ESG 제도 운영 현황을 점검한 결과, ESG위원회나 관련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48.5%(173곳)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ESG 운영 기업은 44.5%(158곳)였으나, 1년 사이 15개 기업이 늘어났을 뿐이다. ESG 표준 준수가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는 절대적인 요건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지만, 국내 기업들의 ESG 대응은 거북이 걸음이다.  

ESG 위원회가 설치됐다해도 운영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173개 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는 ESG위원회의 지난해 상반기까지 회의 개최는 333회로 한 위원회 당 약 2회, 분기당 1회 이하의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회의 안건 수도 2개 이하로, 절반 이상이 보고에만 그쳐 형식적인 모양새만 갖췄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효율적·효과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 내 ESG의 실질적인 강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자료=웹 캡처)
(자료=웹 캡처)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ESG위원회 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588건으로 회의당 평균 1.8건의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건의 56%인 329건은 보고였으며, 가결을 필요로 하는 안건은 절반 이하인 529건(44%)인 것으로 조사됐다. 

ESG는 미래의 지속가능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재 기업 인력의 인구 통계와도 관련이 깊다. ESG적 요소에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한층 더 공감하고 있어 직원을 유치, 참여 및 유지하면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촉매가 되고 있다.

인구통계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노동력의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Z세대는 21%를 점한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그룹은 특히 ESG가 다루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관리 능력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인 리더십과 좋은 지배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기업의 CEO를 비롯 경영진들은 ESG 표준을 회사 전체 전략의 바탕에 두는 사고방식의 전환과 ESG 영향에 대한 더 많은 지식과 이해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거시적 추세에 부응해 ESG 기준을 수용하는 기업은 모든 이해 관계자, 투자자, 직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위해 더 나은 지속가능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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