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3년만에 VLCC 6척 수주 성공
초대형 탱커 건조 한국 ‘슬롯’ 여유...선가 40+%↑

선박 수주 시장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는 한화 오션.  (사진=한화오션)
선박 수주 시장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는 한화 오션.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올해 들어 선박 수주 시장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달 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3천420억원에 수주했다. 16년 만에 최고가인 척당 가격이 1천710억원에 달한다. 

이어 HD한국조선해양이 VLCC 4척을 6천880억원에 수주했으며, 척당 가격은 비슷한 1천720억원 수준이다. 최근 수요 증가로 VLCC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조선업계서 사라졌던 초대형 탱커 수주가 급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문을 미뤄온 해외 선사들이 선박 제조 공정이 빠른 국내 조선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VLCC는 한국의 주력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비교해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중국 조선소들이 낮은 선가를 토대로 시장에 발주된 VLCC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주된 VLCC 35척은 중국(31척)과 일본(4척)이 나눠 수주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 슬롯(건조공간)이 2027년까지 채워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폭풍으로 장거리를 운송해야 하는 원유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해외 선사들을 조급하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 세계 무역량 중 5분의 1을 책임지는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마비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기후 문제, 수에즈운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상선을 공격하면서 벌어진 지정학적 원인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해상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있고, 해상 운임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VLCC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제한되면서 선박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클락슨이 집계한 신조선가 기준을 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선가는 2021년 이후 3년 동안 40% 이상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VLCC의 경우 올해 말까지 총 129척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조선소의 VLCC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건조 중인 수주 잔량도 23척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조선소의 2026년 탱커 슬롯은 거의 비어있다. 해외 선사들로선 사실상 국내 조선소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VLCC 선가 상승으로 수익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VLCC는 LNG선박과 달리 도크에서 진행하는 공정이 많지 않다. 이는 바다에서 마무리 작업이 가능해 동시에 많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운항 중인 원유 운반선 절반 이상이 노후화된 선박이다"라며 "노후선박 교체 수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발주가 확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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