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금융권 횡령사고에 ‘준법감시인’만 증인 채택
“책임 소재와 강력한 재발방지책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현장. 2023.10.11.(사진=파이낸스뉴스 강성우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현장. 2023.10.11.(사진=파이낸스뉴스 강성우 기자)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예상과 달리 은행들이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비켜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은행 직원들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아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질책이 예상 됐다. 하지만 정무위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보면, 금융지주 회장단과 은행장 등 최고 경영자들이 모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대신 준법감시인들이 증인으로 소환돼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한 은행 최고 경영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어렵게 돼 수박 겉핥기 국감이 되지 않을까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23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성우 기자)
2023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성우 기자)

 

특히 올해 역대급 횡령사고를 비롯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랐지만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난 9일부터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증인 출석이 어렸게 됐다. 그나마 은행장들까지 증인에서 제외돼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7월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약 3000억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횡령사고는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를 무색하게 했다. 투자금융부 소속 A씨가 201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횡령한 금액은 총 2천988억원 상당에 이른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선서하고 있는 은행장들 모습. (사진=파이낸스뉴스=김경석 기자)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선서하고 있는 은행장들 모습. (사진=파이낸스뉴스=김경석 기자)

이에 대해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이번 횡령 사건을 알면서도 고의로 당국에 보고를 지연한 사실도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정무위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국정감사 중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 19명, 참고인 2명 등 '2023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일반 증인에 대한 출석 통보는 국정감사 7일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

17일에 실시되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준법감시인은 박구진 우리은행·이상원 국민은행·이영호 신한은행·이동원 하나은행·홍명종 NH농협은행·정윤만 BNK경남은행·우주성 DGB대구은행 등이다.

지난해 횡령, 배임 금융사고로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은행장 모두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부통제 사고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또다시 금융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하자 해당 은행의 경영진에 대한 강도높은 질타가 예상됐으나 준법감시인 출석으로 수위가 낮춰졌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5대 은행장이 모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에 비해 올해 준법감시인만 불러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 소재와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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