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도입에 현대카드 수익 감소...일반카드 대비 0.46% 손실
시장 10% 점유 시 애플·VISA에 지급하는 수수료 연간 3천417억원
김주현 금융위원장 “수수료 전가 않는 전제조건으로 도입 승인한 것"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윤창현 의원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윤창현 의원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애플페이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당초 현대카드의 실질적 책임자인 정태영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 대신 김덕한 대표를 증인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에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입하는 과정의 속사정에 대해 김 대표의 증언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다.

예상한대로 김 대표가 의원들 질의의 핵심을 비켜가며 내놓은 답변은 겉돌기만 했다. 애플과의 민감한 '딜'(deal·거래)의 과정을 대표가 나서서 속속들이  설명할 입장이 아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임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애플페이 수수료에 대해 "중국은 0.03%라는 설이 있다. (이에 비해 현대카드는) 다섯배나 비싼 수수료(0.15%)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김 위원장은 "수수료를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 들어오게 했으며 수수료는 현대카드와 애플 사이의 이슈로 남아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수익구조가 더 나빠졌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일반 신용카드 대비 건당 결제 실적이 소액인 까닭에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오른쪽)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오른쪽)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의원에 따르면 애플페이의 편의점 사용 비중은 일반 카드의 3배며 대형가맹점에서는 15%p 적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신용카드 대비 애플페이 건당 적자율은 0.46%로 추정된다. 결제 건당 적자율(0.11%)에 추가로 애플 수수료(0.15%), VISA 수수료(0.20%) 지급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애플페이에서 발생한 비용 만회를 위해 현대카드가 혜택이 많은 카드를 축소하거나 현금서비스의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현대카드가 이미 상반기에 12개 카드를 단종해 고객혜택이 축소된 셈인데 이 가운데 8개는 수익성 악화 때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순위를 다투는 삼성페이와 경쟁하기 위해 애플페이를 출시한 지 7개월째 접어들면서 현대카드가 당초에 기대했던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들의 현대카드로의 전환 등 지난해 기준 개인소비자 신용·체크카드 이용량에서 신한, KB국민, 삼성에 이어 4위에 머물렀던 위상을 일시에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당초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도입되더라도 온·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간편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간편결제는 서비스 차별성이 적어 기존 고객의 전환률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따른 것이다.

어쨌든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국내 독점권을 확보하면서 요란한 팡파르를 울렸지만 높은 수수료율, 무협상 과정, 일반카드 단종에 따른 고객혜택 축소, 수익성 부진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이는 상황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애플페이로 인한 기업 손실이 금융 소비자에게 떠넘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윤 의원은 애플페이가 카드 시장의 10%를 차지하면 국내 카드사가 애플·VISA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연간 3천4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애플페이가 출시된 3월부터 8월까지 현대카드 손실도 22억원7천만원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김 대표는 국감에서 애플페이 수수료율, 현대카드의 손실 규모, 적자 보전 대책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승인하면서 수수료를 소비자나 가맹점한테 전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영리가 목적인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마냥 손실을 감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으로서는 기업의 손실 관리와 소비자 혜택 보호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감독을 통해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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