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 박정림(前)·NH투자 정영채 사장 중징계 집행정지
- 연이은 처분 중지 결정...금융당국의 ‘과도한 징계’ 지적
- ‘지배구조법’ 개정안 통과...금융사 CEO 책임성을 강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왼쪽)과 박정림 KB증권 전(前) 사장.  (사진=파이낸스 DB)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왼쪽)과 박정림 KB증권 전(前) 사장.  (사진=파이낸스 DB)

법원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 사태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처분 중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정 사장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문책경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11일 인용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29일 정례회의에서 정 사장에게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또한 박정림 전(前)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에게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펀드에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한데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을 결정했다.

이에 박 전 사장과 정 사장은 각각 금융위를 상대로 중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연임은 물론, 3~5년 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을 받는다.

다만 정 사장에 대한 중징계 효력은 본안 소송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되며, 본안 소송 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정된 자산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자금을 모은 뒤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해 5천억원 가량의 환매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사건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앞서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위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박 전 KB증권 사장이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바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박 사장이 금융위를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박 전 사장은 당초 문책경고 처분을 내린 금융감독원 결정보다 금융위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중징계를 부과하자 연임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스스로 KB지주 총괄부문장 및 자본시장부문장 직에서 사임했다.

이렇듯 법원이 박 KB증권 전 사장과 정 NH투자증권 사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연이어 받아들이면서 증권가에선 금융당국이 과도한 중징계를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강한 제재 수위가 증권업 전 산업 영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의 경우 판매사는 기관 제재와 함께 운용사 대신 보상 책임까지도 이행했는데 경영자에게 추가로 무리한 징계를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간에는 정보 교류가 금지돼 있어 운용사의 불법행위를 판매사로서는 전혀 파악할 수가 없게 돼 있다. 그런데도 이런 제도적 여건의 문제점이 간과된 채 결과만으로 지나친 책임을 물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정림 KB증권 전(前) 대표이사 사장.  (사진=KB증권)
박정림 KB증권 전(前) 대표이사 사장.  (사진=KB증권)

특히 금융당국은 지난 2020~2021년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당시 자본시장법이 아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증권사 CEO들을 징계 조치했다. 이에 대해 당초에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징계에만 초점을 뒀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제재 징계 사례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에서 내부통제 기준 관련 조항 위반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금감원을 상대로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결국 지난해 말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손 전 회장의 경우는 법리적인 판단이 완결된 것이지만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두 전·현직 사장은 법적으로 최종 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단지 중징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단계일 뿐, 아직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남아있다. 그런 만큼 일각에서는 두 사장의 집행 정지 신청은 요건에 부합해 인용됐을 뿐, 본안 소송과는 별개로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의 무리한 제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CEO·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 추진에 나서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전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제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

최근 금융권의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배구조법의 개정에 여야의 의견도 일치됐다. 이제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는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이 시행 되면 중대 금융사고를 비롯해 금융사의 각종 위규·위법에 대해 CEO를 포함 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지금보다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본 기사는 <사실너머 진실보도> 파이낸스뉴스 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 <파이낸스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각종 비리사건, 갑질, 성비위 등 연락 바랍니다.
-제 보: 편집국 탐사보도부 news@fnnews1.com
-전 화: 02-733-2200

관련기사

Copyright © 파이낸스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